KBO 구단은 왜 경기장을 소유하지 않는가 

KBO 구단은 왜 경기장을 소유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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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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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BO리그에 소속된 10개팀은 모두 지자체 소유의 경기장을 임차해서 사용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KBO 구단들은 야구장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임차해서 사용하는 걸까요?




우선 구단이 야구장을 소유하지 않는 표면적인 이유는 바로 세금 관련 문제입니다.


기업의 무분별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비사업용 토지에는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는데,

야구장의 경우 연중이 아닌 특정 시기에만 경기를 진행한다는 이유로 야구장은 비사업용 토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기업이 야구장을 소유할 경우 막대한 세금을 매 년 납부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반대로 1년 내내 업무를 보는 구단 소유의 클럽하우스는 업무용 부동산으로 분류되어 중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가끔 법적으로 구단이 구장을 자체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고 알고 계신 분들도 보이는데,

현행법상 구단의 구장 소유를 제한하는 법률은 없으므로 이는 엄연히 사실과 다릅니다.




굳이 세금 뿐만이 아니더라도 비용 측면의 다른 이유들도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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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야구장은 접근성이 뛰어난 넓은 부지가 필요한데, 이러한 부지는 확보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도심 내에 위치할 경우 접근성은 뛰어나지만 부지의 가격이 너무 높고 소유권자도 많아 매입이 힘들고,

도심 밖에 위치할 경우 매입은 비교적 용이해도 접근성이 떨어져 팬을 동원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만약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도심 내의 넓은 부지를 매입하는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는데,

해당 부지를 매입한 목적이 야구장 건설이기 때문에 입장수익만으로는 막대한 건설비를 충당할 수 없습니다.


야구 구단을 위해 모기업이 수 조 원의 금액을 쓸 수 있는가? 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에

야구장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체육 관련 시설은 지자체가 소유하고 이를 각 구단이 임차하는 형태로 활용됩니다.




이는 지자체 입장에서도 마냥 나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지자체는 임대계약 과정에서 입장료 수익이나 광고비를 일정 부분 나눠가질 수 있으므로

KBO 리그의 인기가 높아지면 그에 따른 금전적 수혜를 자연스럽게 같이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기에 지자체는 구장의 명명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해 연고지를 홍보하는 것이 가능하고,

야구는 경기의 빈도가 잦은 편이라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키고 방문객을 쉽게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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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역연고 성향이 뚜렷한 KBO 리그의 특성상 팬들의 야구장 개축/신축 요구는 곧 지역민의 의사이므로

지역 정치인 입장에서도 경기장을 짓는 것은 하나의 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나쁠 것이 없습니다.




야구의 종주국인 메이저리그에도 구장을 지자체로부터 임차해서 사용하는 구단들이 많습니다.


시애틀 매리너스가 홈 구장으로 사용중인 T-모바일 파크는 총 5억 1,760만 달러의 건설비가 사용되었는데,

이 중 약 3억 2천만 달러의 건설비는 지자체인 킹 카운티에서 자금을 지원해 만들어졌습니다.

당연히 경기장의 소유권은 워싱턴주에 있고, 시애틀 매리너스는 임대료를 지불하며 홈 구장으로 사용중입니다.

(2018년에 시애틀 매리너스는 총 6억 5천만 달러를 지불하고 향후 25년간 구장을 사용하는 재계약을 맺었습니다.)


물론 LA 다저스처럼 경기장(다저 스타디움)을 직접 소유한 MLB 구단도 있습니다.

원래 해당 부지는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주민을 강제 퇴거시키고 공공주택을 지으려고 계획한 토지였지만,

1953년 당시의 반 사회주의적인 정치 상황과 맞물려 공공주택 건설 계획이 취소되자 부지가 붕 떠버려

비교적 앞서 언급한 매입 과정의 문제점들을 쉽게 해소하고 자가 소유 구장을 지을 수 있었던 행운?이 따랐던 사례입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구장 건설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에는 갑론을박이 있습니다만,

메이저리그 구단을 유치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나라에서도 야구장 건설에 세금이 투입되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가지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에 신중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임대료 인상으로 구단 운영에 지장이 갈 경우, 구단 입장에서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파산을 막기 위해 인상된 임대료만큼 입장료를 올려 금전적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

두 번째는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지역으로 구단을 이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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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팀은 그 연고지를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연고지를 이전한다는 것은 해당 지역이 마치 희망이 없는 곳처럼 인식되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최근 연고지를 오클랜드에서 라스베가스로 이전한 애슬레틱스가 있겠네요.


결국 야구장은 수 만 명의 지역민에게 오락과 더불어 지역의 소속감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대외적으로는 해당 지역을 홍보하는 얼굴마담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는 최대한 메이저리그 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구단이 연고지를 이전하지 않도록 임대료를 저렴하게 유지하는 등 각종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야구장은 전부 세금으로 짓고, 기업은 거기에 기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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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댓글처럼 세금 2천억원(정확히는 2400억)이 들어간 구장은 현재 키움 히어로즈가 홈 구장으로 사용중인 고척 스카이돔입니다.

이거 완전 세금 먹는 하마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척돔은 야구 말고도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됩니다.

돔 구장이라는 특성상 야구 경기가 없는 날은 각종 콘서트나 행사가 개최되는 장소이기도 하며,

서울시의 세금으로 지어진 구장이기 때문에 고척돔의 광고수입 또한 시의 수익으로 귀속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입장객이 급감한 '20~'21년을 제외하면 고척돔은 22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흑자 경영이 확실한 상황이고,

코로나19 이전에도 첫 개장이었던 '15년을 제외하면 전부 지출보다 수입이 더 많은 흑자 구장입니다.

전액 세금이 투입된 것은 사실이나, 장기적으로 자체적인 운영 수입으로 건설비를 충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고척돔에는 부속시설로 축구장, 풋살장, 수영장, 헬스장 등도 있어 건설비 책임을 온전히 야구에 돌리는 것은 불합리하고,

고척돔은 골칫거리 애물단지가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체육시설을 제공하면서 흑자까지 내는 효자'라고 보아야 합니다.




야구 구단은 인프라 건설에서 국가적 특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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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프로야구 원년 구단의 홈 구장을 살펴보면 이해가 빠를 듯 합니다.


우선 OB 베어스의 원년 홈 구장이었던 대전 한밭 야구장은 1964년에 완공되었습니다.

KBO가 1982년에 출범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연히 한밭 야구장 건립은 프로야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한밭 야구장은 전국체전이나 실업 야구 등의 아마추어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건립되었고,

이는 1934년에 완공된 인천 숭의 야구장, 1925년에 완공된 동대문 야구장, 1948년에 완공된 대구시민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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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서울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 우승 기념 사진)

대한민국은 의외로 1958년부터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를 유치하는 등

프로야구가 없던 시절부터 꾸준히 국제대회를 유치했으며,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를 3회나 우승하는 등 실적을 내왔고,

그 당시에도 고교야구를 비롯한 아마야구는 입장권이 부족해 입구에서 암표상이 활개치는 등

관중 동원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인기를 누린 국민 스포츠였습니다.


FC서울의 전신인 럭키금성 황소가 홈 구장으로 사용했던 한밭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또한

1964년에 야구장과 각종 운동 시설을 지으며 종합운동장이 조성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건축되었으며,

이 또한 프로축구의 탄생 이전에 1979년 전국체전 개최를 위해 리모델링이 진행되는 등의 사례를 볼 때

야구 구단이 인프라 건설에서 다른 종목에 비해 국가적인 특혜를 받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사실 구단도 경기장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지자체가 구장의 소유권을 가지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구장의 원활한 개보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시설이 낡거나 구장을 개조해 더 많은 관중을 모으고 싶어도 구단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특히 이전 구장들에서 활발하게 지적되어 왔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광주 무등 야구장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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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무등 야구장의 경우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외야에서 물방개가 출몰하는 일이 있었고,

이를 개선하겠답시고 시멘트 바로 위에 인조잔디를 깔아버려 부상을 초래하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의 상황 또한 무등 야구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경기 도중에 라이트가 꺼져버려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있거나

선수가 수준 미달의 펜스와 충돌해 부상을 입고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등

지자체의 관리 부실로 인해 수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하고도 오히려 손해를 보아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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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자체가 명명권을 돈 받고 구단에 판매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단이 정한 구장 이름을 변경할 것을 요청(사실상 강요)하는 등

기업 입장에서 구장을 임대하는 것에는 분명히 여러모로 불편한 요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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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들 때문에 SSG 랜더스는 일종의 편법(?)을 사용해 KBO 최초의 민간 소유 야구장 건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2028년부터 SSG의 새로운 홈구장이 될 예정인 청라돔구장은 대형 쇼핑몰인 스타필드와 함께 건설되는데,

구단측에서는 해당 경기장+스타필드를 체육시설이 아닌 문화 및 집회시설로 심의를 통과하였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하지 않아 중과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법령 해석에 따른 추가적인 논쟁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일단 정부에서도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신 구장 건설에 대해서도 지역민들이 찬성하는 입장을 꾸준히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도심지 개발이 완료되고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온 현 상황에서 구단이 구장을 자체적으로 보유하는 건 매우 힘듭니다.

특히 서울 소재의 LG나 두산 같은 구단은 토지 매입 비용만 수 조 원이 드는 사업이 될 게 뻔하고,

광역시에 위치한 구단들 또한 토지 매입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지자체 소유의 야구장을 임차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사실 야구장을 비롯해 축구장, 농구장, 배구장 등은 단순한 체육시설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평일과 주말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취미생활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시설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자체와 홈 구장 관련 마찰로 인해 연고지를 전주에서 부산으로 이전한 프로농구팀 KCC 이지스의 사례를 볼 때

지자체와 프로 스포츠 구단이 서로 협력해 상생한다면 더 좋은 시너지를 내는 것이 분명하고

훨씬 수익규모가 큰 해외의 사례에서도 경기장 건립에 세금이 투입되는 등의 사례까지 고려해 본다면

프로 스포츠 구장 건립에 세금이 쓰였다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공허한 외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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